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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이사는 이렇게 산다 [레벨업 인터뷰: 박상준 이사님]

임원은 회사의 주요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경영진을 의미합니다. 컴투스온에서는 레벨업 임원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회사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일하는 방식, 경영진의 전략, 성장, 조직 문화 등을 입체화하여 전합니다. 컴투스답게 일하는 레벨업 임원 인터뷰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컴투스 인텔리전스 아트실의 ‘박상준 이사님’입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컴투스에서 인텔리전스 아트실, AX HUB 아트 부문, 그리고 프로젝트 비스타 아트 디렉션을 맡고 있는 박상준입니다.

Level UP l Career

게임 업계 20년, AI 아트의 개척자

컴투스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AI 아트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게임 업계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캐릭터 원화가로 시작해 그래픽 팀장, 아트 디렉터, 프로젝트 디렉터(PD), 스타트업 대표까지 다양한 역할을 거치며 업계 전반을 경험해 왔습니다.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아트 분야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느꼈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작년 7월 컴투스에 합류했습니다. 처음에는 언리얼 엔진 5 기반의 신작 ‘비스타’ 프로젝트에서 아트 디렉터를 맡았고, 이후 AI 아트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인텔리전스 아트실을 신설했습니다. 최근에는 사내 AI 활용 조직인 AX HUB의 아트 부문까지 겸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신작 개발과 병행해, AI 기술을 창작 프로세스 전반에 유의미하게 녹여내는 방법을 실험 중입니다. 변화의 중심에서, 한 걸음씩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인텔리전스 아트실은 어떤 조직이며,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나요?

인텔리전스 아트실은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 속에서, 게임 아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실무에 효과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현실적인 활용법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습니다.

우리 실의 역할은 운동선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다듬는 ‘훈련’, 실전에 적용해 성과를 내는 ‘경기’, 그리고 동료의 성장을 돕는 ‘코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훈련’ 단계에선 ComfyUI 기반으로 이미지 생성, 영상 합성, 3D, 모션 등 다양한 기술을 매주 실험하며, 실무에 유용한 도구를 빠르게 선별하고 있습니다.

‘경기’는 실제 적용 단계로, 언리얼 엔진 5 기반 신작 ‘비스타’에 AI를 도입해 캐릭터, 몬스터, 무기, 배경 등의 콘셉트 아트를 제작하고 있으며, 나아가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트레일러 영상 등 활용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코치’로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내 구성원들이 AI 아트를 익히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습 중심의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컴투스 프로젝트에 특화된 AI 학습 모델 개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고 있는 비전은 단순한 도구 활용을 넘어, AI 생성 기술과 게임 엔진을 결합해 더 독창적인 세계관과 유니버스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상상력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환경, 그 출발점에 인텔리전스 아트실이 있습니다.

처음 AI 아트 업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AI로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지만, 그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점차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게임 개발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흐름이다.’ 이런 판단이 AI 아트에 몰입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AI 기술의 진정한 가능성은 창작자의 표현 수단을 획기적으로 확장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에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시도조차 어려웠던 아이디어들이, 이제는 실제 구현 가능한 영역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또한 지금의 게임 시장은 막대한 개발비로 인해 특정 장르에 쏠리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장르에도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AI는 개발비라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장르의 다양성과 창작의 자유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실무에서 AI 아트를 바라보는 관점과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AI는 이제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게임 제작 프로세스 자체를 재정의하는 강력한 창작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실무에서 ‘잘했다’는 기준 역시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중점적으로 보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AI를 통해 얼마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입니다. AI 자체가 창의적이기보다는, 창작자의 디렉션에 따라 결과물이 전혀 달라집니다. 기이하고 독창적인 몬스터처럼 기존 툴로 디자인 어려웠던 영역도 AI를 통해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조합하며 새롭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아직 정의되지 않은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는 AI를 통해 실질적인 제작 프로세스를 완결하는 것입니다. AI 기술은 아직 파편화되어 있어서 보기 좋은 이미지만 만들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그 이미지가 다음 공정으로 연결되어야 ‘쓸 수 있는 결과물’이 됩니다. 3D 제작용 턴어라운드 시트나 시네마틱 콘셉트처럼 일관성 있는 완성된 리소스가 필요하죠. 현재 인텔리전스 아트실에서는 여러 생성 기술을 하나의 제작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AI는 단순한 2D, 3D를 넘어 가상공간의 구조와 체계, 나아가 게임의 세계관 자체를 구성하는 창작 도구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AI 아트는 툴을 넘어, 현실을 재구성하고 상상을 실현하는 새로운 표현의 방식이자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AI 아트를 다루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AI 아트의 ‘레이턴트(latent)’ 구조를 처음 이해했을 때였습니다. 이미지가 단순한 픽셀이 아닌, 다차원 벡터 공간 속 ‘의미의 점’으로 인식된다는 개념은 기존의 시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노이즈를 더하고 디노이징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방식은, 수많은 모작과 관찰을 통해 패턴을 익히고 형상을 재구성해가는 인간의 창작 방식과도 닮아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기술적 메커니즘을 넘어, 창작의 본질에 닿아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현재는 주로 기존 스타일을 재현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AI 고유의 미학과 언어를 지닌 하나의 장르로 진화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초기 포토샵이 손그림을 디지털로 흉내 내던 수준에서 독립적인 창작 도구로 발전했듯, AI 아트도 비슷한 궤적을 따라가리라 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경험은 작년 해외 SF·판타지 커뮤니티에 AI 아트를 공유했을 때였습니다. 보수적인 반응을 예상했지만, 수천 개의 ‘좋아요’와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고, 그 안에서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이 단순한 툴을 넘어, 창작의 언어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해외 그림 커뮤니티 사례들. 보수적인 그림 커뮤니티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특히 해외 페이스북 채널에서 높은 ‘좋아요’ 수를 기록하며 호응도를 입증했습니다.

AI 아트는 아직 낯선 분야인데요. 어떤 방식으로 R&D를 진행하며 방향을 설정하고 계신가요?

AI 아트는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희는 단순한 도입을 넘어, ‘실무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녹여낼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R&D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흐름을 읽고 분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게임 제작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일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기능 중, 실무에 유의미한 기술을 선별하고 실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는 ComfyUI를 커스터마이징해 내부 워크플로우를 구성하고, 실무진의 피드백을 통해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영상 생성, 3D 보조, 애니메이션 자동화 등으로 실험 범위를 넓혀가며,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제작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확장 중입니다.

인텔리전스 아트실 AI R&D 영상 일부: AI 기반 그래픽 기술을 실험하며 제작한 연구용 영상입니다.
실제 프로젝트에 접목 가능한 가능성을 중심으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현실적인 제작 맥락 속에 녹여내느냐입니다. 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팀 전체의 창작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기반 체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 아트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나 현장에서 느끼는 간극이 있다면요?

AI 아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 중에는 ‘프롬프트 몇 줄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그림이 나오는 마법 같은 도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 제작 환경에서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AI를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이해, 디렉션 능력, 그리고 반복적인 피드백 루프가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려면 정·측·후면이 일관된 턴어라운드 시트, 애니메이션용 포즈 참고, 배경과 조화를 이루는 톤 매칭 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합니다.

AI 캐릭터 디자인
턴어라운드 R&D

또 하나의 허들은 ‘심리적 거리감’입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막연한 낯설음이나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ChatGPT나 AI 이미지 콘텐츠처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으며, ‘팰월드’ 같은 게임 사례에서도 AI 툴을 과감히 도입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내부 협업 구조 속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느냐입니다. AI는 창작자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를 더 빠르고 풍부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AI 아트를 실무에 접목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제 AI로 멋진 이미지를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입니다. 이미지가 게임의 콘셉트에 어울리는지, 세계관의 톤앤매너를 해치지 않는지, 제작 파이프라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지 등 실무적인 관점에서의 판단은 단순한 툴 활용을 넘어서는 영역입니다.

콘셉트 아트는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을 넘어, 장르 특성, UX, 카메라 시점, 애니메이션 연계, 3D 구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판단은 축적된 실무 경험 없이는 어렵습니다. 영상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메라 워크나 감정 리듬, 컷 구성 등 시각 언어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든 AI 영상은 그저 ‘움직이는 이미지’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AI는 가능성을 넓히는 도구일 뿐, 그 도구를 통해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구현할지를 결정하는 건 사람입니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감각과 현장을 읽는 통찰력이 더욱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주로 사용하는 AI 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현재 가장 자주 사용하는 AI 이미지 생성 도구는 Midjourney와 ComfyUI입니다. 두 툴은 성격이 뚜렷해, 프로젝트 목적에 따라 병행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Midjourney는 웹 구독형 서비스로, 별도 설치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감각적인 색감, 구도, 질감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어 아이디어 스케치나 시각화 초안 제작에 효과적이며, 초기 콘셉트 도출 단계에서 유용하게 쓰입니다.

Midjourney

반면 ComfyUI는 Stable Diffusion 기반의 오픈소스 툴로, 시각적인 노드 인터페이스를 통해 높은 자유도와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합니다. 고성능 GPU가 필요하지만, 정·측·후면을 포함한 캐릭터 시트, 포즈 참조, 표정 배리에이션 등 복잡한 리소스를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 실제 제작 공정에 적합합니다.

ComfyUI

간단히 말해 Midjourney는 직관적으로 빠른 시안을 만들 수 있는 ‘테슬라 운전석’ 같은 툴이라면, ComfyUI는 복잡한 제작 요구에 정밀하게 대응하는 ‘항공기 조종석’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저희는 이 두 도구를 유기적으로 병행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실제 리소스 완성까지 효율적인 워크플로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텔리전스 아트실에서 집중하고 있는 기술적·전략적 과제는 무엇인가요?

저희 인텔리전스 아트실의 핵심 목표는 AI 기술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게임 아트에 실질적으로 접목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도구 습득을 넘어서, 기술이 게임의 미적 가치와 제작 효율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미지 생성부터 3D 원화, 배경 구성, 영상 시퀀스까지 이어지는 재현성 높은 아트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ComfyUI 기반 노드 시스템과 커스텀 모델을 활용해 원하는 결과물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직무별·공정별 맞춤 교육을 통해 AI의 실질적 내재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전 아트팀이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AI 기술을 단순한 제작 도구가 아닌, 세계관 설계와 스토리텔링까지 확장 가능한 창작 기반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아트팀이 보다 주도적으로 게임의 감성적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플레이어에게는 더 몰입감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그 방향입니다. AI를 통해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표현의 천장을 더 높이는 것. 이것이 저희 인텔리전스 아트실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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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로 증명하는’ 리더십

컴투스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컴투스와의 인연은 평소 친분이 있던 김종창 전무님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작됐습니다. 그 소개로 NP제작본부의 남궁곤 이사님, 홍승준 상무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만남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홍승준 상무님은 단순한 프로젝트 완성도나 실적을 넘어서, ‘컴투스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일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그 철학적 시선이 인상 깊었고, 이 조직이 단단한 생각 위에 움직이고 있다는 신뢰가 생겼습니다.

남궁곤 이사님과는 언리얼 기반의 신작 개발, AI 기술의 실무 적용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었고, 그 대화가 저에게 ‘이 조직이라면 하고 싶은 실험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당시 여러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시기였지만, 결국 선택의 기준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컴투스는 단순한 이직이 아닌,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수 있는 진짜 협업의 기회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 컴투스에 합류하셨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와 다른 회사와의 차별점은 무엇이었나요?

컴투스는 마치 놀이공원처럼 다양한 즐거움을 설계하고 공유하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임의 구조적 재미는 물론 감정적 몰입, 서사적 유희까지 ‘재미’의 본질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태도가 곳곳에서 느껴졌고, 그 진정성은 일하는 방식 전반에도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장르에 대한 유연한 수용성은 컴투스만의 강점이었습니다. 제가 AI 아트 적용을 제안했을 때,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조직문화 덕분이었습니다.

이사님이 정의하는 ‘컴투스다움’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컴투스다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좋은 사람들이 모여 다채로운 즐거움을 함께 설계해가는 놀이공원 같은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문화를 가진 이들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미’를 해석하고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구조 덕분에, 일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게 느껴집니다.

컴투스는 특정 방식에 고착되지 않고, 장르·이야기·아트 스타일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유저에게 어떤 재미가 의미 있는지를 중심에 두고 사고합니다. 무엇보다 기획·기술·예술이 만나는 개발의 복합적 과정을 깊이 존중하며, 실험과 실패조차 소중한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깊이 자리 잡혀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문화야말로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의 토대가 된다고 믿습니다.

지금의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경험이 있다면요?

가장 큰 전환점은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경험입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내 방식대로 만들어보자’는 열망으로 시작했지만, 그 과정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한 조직의 전반을 책임지는 시야를 갖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팀 빌딩, 투자 유치, 퍼블리싱 계약, 글로벌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주도했고, 투자·회계·인사 등 익숙하지 않았던 경영 실무도 하나씩 배워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시야의 전환’이었습니다. 고용인의 시절에는 ‘이 퍼즐 조각 하나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까’에 집중했다면,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이 조각들이 모여 어떤 그림을 완성하는가’를 고민하게 되더군요. 월급날의 의미조차 ‘급여가 들어오는 날’에서 ‘고정비가 빠져나가는 날’로 바뀌었고요.

그런 경험은 결국, 리더는 사람과 시스템 전체를 아우러야 한다는 감각을 제게 심어주었습니다. 지금도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내가 진짜 책임져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를 자문하곤 합니다.

리더십에 대한 관점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좋은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에 정답은 없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는 하나의 기준이 생겼습니다. 결과를 통해 구성원에게 신뢰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사람을 잘 챙기고 조직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게 좋은 리더라고 여겼습니다. 원활한 소통과 갈등 없는 팀워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죠. 하지만 실제로 조직을 운영하고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자리에 서보니, 좋은 의도만으로는 팀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리더는 결국 ‘성과’라는 형태로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지금 이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리더, 좋은 임원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스티브 잡스는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한다’고 말했죠. 저는 이 말을 단지 기술 혁신이 아니라, 리더는 늘 다른 방향과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방향이 옳았다는 걸 입증하는 건 결국 결과이며, 구성원은 그 결과를 보고 리더를 신뢰하게 됩니다.

특히 임원의 위치에서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조직의 성장, 사람과 문화, 지속 가능성까지 아우르는 넓은 시야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 ‘경영은 일을 잘하는 것이고, 리더십은 옳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리더는 누구보다 먼저 방향을 제시하고 실현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결국 좋은 리더란 사람과 결과의 균형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사람, 좋은 임원이란 그 균형을 조직 전체의 철학으로 확장해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철학은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입니다.

Level UP l Life

20년간 쌓아온 덕후력의 결정체

수집 중인 피규어나 자랑하고 싶은 ‘덕후력’이 있다면요?

수집품의 일부

관심 있는 분야는 만화, 게임, 프라모델, 피규어, 물리학, AI 등입니다. 오랜 시간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취향도 게임과 맞닿은 방향으로 깊어졌고, 다양한 분야에서 덕력을 쌓아온 것 같습니다.

좌: 메탈 스트럭쳐  해체장기 RX-93 뉴건담, 우: 1/100 딥스트라이크

프라모델과 피규어 수집은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취미입니다. 이제는 단순한 컬렉션을 넘어, 삶의 기록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건담 시리즈만 해도 PG(Perfect Grade) 약 100여 개, MG(Master Grade)는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고요. 마크로스 시리즈의 경우 VF-1부터 VF-31까지 전 시리즈를 모았는데, 로봇과 전투기로 변형되는 구조 덕분에 두 형태를 동시에 전시하고 싶어서 같은 모델을 두 개씩 사는 일도 많았습니다. 절판 제품이나 한정판은 해외 경매까지 찾아다닌 적도 있습니다.

좌: 똑같은 자쿠들, 우: 마크로스 시리즈들 중 일부 

이 외에도 FSS(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모터헤드 시리즈, 우주전함 야마토,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등 세계관과 기계 디자인이 탁월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폭넓게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과 애정이 결과적으로 게임 아트와 세계관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SD 레진] FSS 나이트 오브 골드

한때는 ‘FPS를 잘 만들려면 총기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자기합리화로 에어소프트건 수집에도 빠졌습니다. 피카티니 레일, M-LOK 시스템 같은 총기 커스터마이징에 푹 빠졌고, 처음엔 EOTech 정도만 알던 수준에서 광학 장비 트렌드까지 파고드는 수준까지 갔죠. 다만… FPS 게임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게임은 여전히 평생의 취미입니다. 몇몇 게임에서는 꽤 몰입한 시절도 있었고, 실제로 서버 1위나 랭커를 여러 번 경험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 MMORPG에서 5개 서버 통합 기준 랭킹 1위를 달성했던 경험입니다. 당시엔 정말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고, 명절이나 특별한 이슈가 생기면 전국 각지 유저분들이 특산품을 보내주겠다며 연락을 주신 일도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정중히 사양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기고도 애틋한 추억이네요.

물론 과몰입과 과금의 시기도 있었기에, ‘과유불급’이란 말을 절감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 게임을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로 깊이 경험했던 기억은 지금의 실무에도 분명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금덕’입니다. (금전적 여유 없는 덕후입니다.) 😅

책은 자주 읽으시나요? 최근 인상 깊었던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어릴 적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역사, 과학, 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었죠. 다만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다양한 매체들이 일상에 깊이 들어오면서, 예전만큼 책을 읽는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책만큼은 여전히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류츠신의 『삼체』입니다. 기존의 과학 개념인 ‘삼체 문제’를 바탕으로, 물리학적 상상력과 철학, 인류 문명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흥미롭게 엮은 작품이었어요. 단순한 외계 문명 이야기를 넘어, ‘우주 속 인간의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실과 과학, 픽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도 상상력의 경계를 넓히는 작품이었기에, 기술과 미래, 창작의 경계를 고민하는 지금의 제 시선과도 맞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책을 더 자주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됐습니다.

집필에 참여하신 『The AI Graphics』는 어떤 책인가요?

『The AI Graphics』는 국내 생성형 AI 아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12명의 아티스트가 자신의 실무 경험과 창작 철학을 바탕으로 AI 아트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를 공유한 전문 서적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툴 설명서가 아니라, AI 아트가 실제 창작 환경에서 어떤 식으로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콘텐츠 제작 방식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다룹니다. 캐릭터 디자인, 콘셉트 아트, 영상 제작,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의 실전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The AI Graphics 서책 중 본인 저술부분의 일부

저는 필진으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대표작으로 표지 그림도 맡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작업하면서 각 필진의 창작 철학과 기술적 관점을 가까이서 공유할 수 있었고, 한 분야의 흐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함께 기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AI 아트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새로운 창작 방식이자 사유의 확장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스테이블 디퓨전 코리아(SDK) 운영진으로도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커뮤니티인가요?

‘스테이블 디퓨전 코리아(Stable Diffusion Korea, SDK)’는 Soylab의 최돈현 님이 창설한 페이스북 기반 AI 아트 커뮤니티입니다. 2년 전쯤 5천 명 규모였던 커뮤니티가, 지금은 약 8만 명에 달하는 대형 기술 커뮤니티로 성장했습니다.

SDK는 단순한 작품 전시 공간을 넘어서, AI 아트에 대한 기술적 이해와 실험을 공유하고, ComfyUI, Stable Diffusion, LoRA, ControlNet 등 최신 흐름을 다루며 해외 아티스트·개발자들과의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 운영진 활동은 잠시 쉬고 있지만, 입사 전에는 작품 업로드, 해외 기술자와의 교류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AI 아트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가능성, 기술 흐름을 실감할 수 있었고, 이후 회사에서 AI 아트를 실무에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AI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SDK에 한번 들러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지금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나,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요?

돌이켜보면,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좋아서 모여 그림을 그리던, 그야말로 ‘오덕 모임’ 같은 분위기였죠.

그 시절 친구들 중에는 지금도 업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큰 성공을 거둔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모두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만화나 그림을 취미로 즐기던 사이였는데, 시간이 흐르며 게임 업계에서 성장했고, 어떤 분은 회사를 상장시키기까지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지금도 늘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들이, 제가 지금도 창작을 사랑하고, 기술을 실험하고, 동료와 세계를 상상하는 이유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최근 게임 이용자 수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그 이면에는 어떤 변화가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단순히 게임 이용자 수가 줄었다는 수치적 변화보다, 게임을 바라보는 세대의 정체성과 감수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저와 개발자 사이에 콘텐츠에 대한 이해의 간극이 있었고, 게임은 PK나 공성전처럼 유저 주도형 구조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라난 이른바 ‘네이티브 게이머’들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감정, 미학, 서사까지 기대합니다. 콘텐츠를 해석하고 비교하는 감각이 뛰어나며, 게임에 요구하는 밀도와 완성도도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토리는 어차피 스킵하니까”라는 말이 회의실에서 오갔지만, 이제는 그 스토리의 감성적 완성도가 게임 선호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습니다. 북미 시장에서도 마블·DC 중심의 콘텐츠를 일본 만화가 넘어서는 등, 서브컬처 기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유저들의 문화적 감수성이 이미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유저의 기대가 달라진 만큼, 게임 역시 단순한 시스템이나 장르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어떤 감정을 설계하고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과 진정성입니다. MMORPG는 여전히 주요 장르로 기능하고 있지만, 그 절대적인 위상은 점차 매력적인 캐릭터, 살아 있는 세계관, 감정을 담은 서사 중심 콘텐츠에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게임 시장은 축소가 아니라, 더 세분화되고 감각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의 게임은, 모두를 하나의 방식으로 만족시키기보다, 각기 다른 취향과 감수성을 지닌 유저들에게 정체성과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욱 사랑받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찬건 기자

시대는 격변하고 있다. 라떼는 생각지도 못했던 AI가 우리의 업무 영역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정말 어렵다. 이런 시기에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박상준 이사님을 보며 나도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신 박상준 이사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이사님을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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