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이름값을 못하는 게임 시리즈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역시 ‘젤다의 전설’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이름만 들어보면 주인공이 ‘젤다’인 게임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 플레이어는 막상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주인공인 ‘링크’를 조작하게 된다.
녹색 옷 입은 애가 젤다죠?
그래서인지 “그래서 주인공이 젤다죠?”라는 밈이 생겼고, 이 밈은 지금까지도 인터넷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2024년, 드디어 주인공이 젤다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게임이 출시됐다.
1986년 첫 작품이 출시된 이후 메인 시리즈에서 한 번도 주인공 역할을 맡지 않았던 젤다가, 항상 히로인으로 등장해왔던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서 드디어 주인공으로 활약하게 된 작품이 바로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젤다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은 어떤 게임일지, 이 기사를 통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
•개발사 : GREZZO / 닌텐도 •유통 : 닌텐도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발매일 : 2024년 09월 26일
링크가 나오긴 한다사라져버리는 링크
게임 시작 직후 플레이어는 링크를 조종하나 10분만에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오랜만에 돌아온 2D 젤다 시리즈
튜토리얼게임 타이틀
튜토리얼이 끝나고 게임 타이틀이 노출되는 순간, 주인공의 교체로 인한 ‘새로움’과 오랜만에 만나는 2D 젤다의 ‘익숙함’이 플레이어를 반긴다.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은 전통적인 2D 젤다 시리즈의 신작이다. 여기서 말하는 ‘2D 젤다 시리즈’란 그래픽이 2D로 구성되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게임의 카메라 시점이 탑 뷰로 진행되며, 과거의 고전적인 젤다 시리즈를 계승하는 작품을 지칭한다. 만약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나 ‘티어스 오브 더 킹덤’으로 처음 접한 상태라면,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은 다소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다.
게임의 첫인상은 아기자기한 미니어처를 위에서 바라보며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는 느낌을 주어 매우 귀엽다. 또한 ‘지혜의 투영’은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2D 젤다 작품이다. 이 게임 이전에 출시된 마지막 2D 젤다는 2019년의 리메이크 작품인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이지만, 리메이크를 제외한 본가 작품 중에서는 2015년에 출시된 게임이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무려 9년 만에 만나는 2D 젤다 신작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플레이 방식은 예전의 고전적인 2D 젤다 시리즈와는 다소 다르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영향을 받아 3D 젤다 시리즈의 DNA를 조금씩 흡수하여,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게임 플레이를 선사하고 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서 늘 등장하는 지역과 인물들은 그대로 등장한다. 이런 부분들이 ‘젤다를 플레이하고 있다’라는 익숙함을 준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하는 지역과 주인공의 능력들은 ‘익숙하지만 뭔가 새롭게 다가온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3D 젤다 시리즈에 비해 다소 가벼운 느낌을 주는 2D 젤다 시리즈인 만큼, 스토리 역시 3D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매우 단순하게 진행된다. 늘 그렇듯이 위기에 처한 하이랄을 주인공이 구하는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그 주인공이 젤다로 바뀌어 신선함을 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은 이전에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티어스 오브 더 킹덤’에 비해 가볍게 느껴진다.
🔗하이랄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주무대가 되는 세계. 하이랄이란 마을이나 국가가 아닌 지역과 대륙, 또는 세계의 개념이다. 작품별로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개 중앙의 평원, 북쪽의 화산지대, 남쪽의 거대한 호수, 동서로 사막, 강, 마을의 구성을 띠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스토리의 흐름은 ‘균열’이 나타나 하이랄 대지를 침식하고, 젤다가 그 균열을 없애러 다니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왕도적인 스토리는 나쁘지 않지만, 이를 풀어내는 컷씬과 NPC들의 대사를 깊이 있게 다루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가 나쁘다고 볼 수는 전혀 없고, 단지 스토리를 가볍게 풀어내면서 게임의 주 콘텐츠가 스토리가 아님을 알려준다. 애초에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핵심은 플레이어의 기믹과 퍼즐이었고, ‘지혜의 투영’은 2D 젤다 시리즈 중에서 정말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시스템들이 추가되었는지 알아보자.
주인공 젤다로 조작하는 새로운 시스템
주인공이 젤다로 바뀐 만큼, 기존의 주인공인 ‘링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젤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들이 게임의 핍진성을 높여준다. 새로운 능력들을 소개해 보자면, 트레일러나 게임 소개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능력인 ‘투영’이다. 애초에 게임 제목이 ‘지혜의 투영’인 만큼, 이 능력은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투영이란 임의의 오브젝트를 기억하여, 기억한 오브젝트를 ‘복제’하는 능력이다. 침대나 상자와 같은 가구부터 물, 눈과 같은 자연 물질, 그리고 몬스터에 이르기까지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100가지가 넘는 오브젝트를 투영하면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지혜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이 ‘투영’의 존재의의 라고 볼 수 있다.
요정 ‘트리’ (좌)대상을 복제하는 투영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정 ‘트리’를 만나게 되며, 가장 먼저 얻는 능력인 ‘투영’은 대상을 복제하는 간단한 기능이지만, 그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능력은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매 순간 사용되며,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역할이 되어준다. 게임 내 퍼즐은 항상 투영을 이용해 풀어나가게 되는데, 각 퍼즐에 따라 어떤 투영체를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 있다. 퍼즐의 정답은 한가지이지만, 퍼즐을 푸는 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투영의 능력은 플레이어에게 자유도를 주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싱크 능력오브젝트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몬스터의 경우, 한 번 쓰러뜨려야 투영할 수 있다. 투영한 몬스터를 소환하여 퍼즐을 푸는 데 적절히 사용해보자.
투영 다음으로 중요한 능력은 ‘싱크’이다. 이 능력은 게임 내 오브젝트에 적용할 수 있으며, 임의의 오브젝트에 싱크를 걸면 해당 오브젝트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반대로 플레이어가 싱크를 건 오브젝트의 움직임을 따라가게 할 수 있다.
싱크 능력은 투영과 마찬가지로 퍼즐이나 이동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게임 내에서 거의 모든 구간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싱크 능력은 몬스터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 전투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오브젝트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따라간다는 것은, 싱크를 건 대상의 움직임을 전적으로 플레이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전투에서 몬스터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는 이 능력을 잘 활용하면, 전투의 난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플레이어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일단 이 싱크 능력으로 치우자.
고전적인 스타일로 다시 돌아온 필드와 던전!
지혜의 투영의 맵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구작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신작의 영향을 받아 자유로운 필드를 누릴 수 있지만, 모든 진행 과정이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던 ‘야생의 숨결’이나 ‘티어스 오브 더 킹덤’과는 달리, 어느 정도 선형적인 진행을 보여준다.
그러나 선형적인 진행이 탐험의 요소를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필드를 탐험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숨겨진 동굴이나 구조물들이 있어,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전히 탐색의 재미를 준다.
동굴우물
티어스 오브 더 킹덤에서 볼 수 있었던 동굴, 우물 등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유도하는 다양한 구조물은 지혜의 투영에서도 건재하다. 탐험의 결과는 항상 보상을 준다는 점에서, 이러한 구조물들은 일종의 ‘미니 던전’으로 볼 수 있다. 던전은 각기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제공하지만, 대부분의 던전은 고전 젤다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선형적인 진행 방식을 따른다. 몬스터와의 전투보다는 퍼즐이 연속적으로 등장하여 지능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며, 앞서 언급한 투영과 싱크 능력을 적극 활용해야 클리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던전의 볼륨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던전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지도를 찾아 던전의 구조를 파악하자.
던전의 보스들은 피지컬적인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지능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모든 보스는 각자만의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이 패턴은 대부분 플레이어의 단순한 공격으로는 파훼할 수 없다. 보스 전투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던전 퍼즐의 연장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 던전의 보스를 처음 상대할 때는 공격을 피하면서 패턴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고, 약점이 어디인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보스의 컨셉은 모든 던전의 컨셉과 유사하므로, 플레이어가 진행했던 던전의 퍼즐을 곱씹어 본다면 생각보다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보스 공략
보스 역시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 약점을 공략하는 것은 마치 지금까지 진행했던 퍼즐의 해답을 조합하여 해결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제 컨트롤을 곁들인…
기자의 주관적인 리뷰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은 고전적인 2D 젤다 필드와 현대적인 시스템, 새로운 능력이 어우러져 과거의 향수와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탑 뷰 시점으로 진행되는 고전적인 카메라 스타일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3D 젤다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미니어처풍의 그래픽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점은 좋아요!
그러나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짜임새 있게 설계된 필드와 퍼즐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도 항상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게 만든다.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항상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필드에서, 고전적인 던전과 퍼즐이 결합된 젤다 시리즈의 구작과 신작 스타일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런 점은 아쉬워요!
하지만 모든 게임에는 단점이 존재하듯이,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에서도 신경 쓰이는 단점들이 분명히 있었다.
먼저, 투영의 밸런스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100종이 넘는 투영체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투영체는 20~30종에 불과했다. 몬스터의 경우, 상위 호환 몬스터가 존재하여 초반에 얻은 몬스터들의 투영체는 후반으로 갈수록 쓸 일이 없어졌고, 결국 쓰이는 것만 쓰이게 됐다.
전투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는데 기본적으로 젤다는 공격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투영체에 의존하여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 물론 일시적으로 링크의 모습으로 변하여 싸우는 ‘검사의 힘’이라는 능력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전투는 투영체의 소환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젤다’를 직접 조종하여 싸운다는 느낌은 쉽게 받기 어려웠다.
투영체를 소환한 전투는 솔직히 ‘컨트롤’의 재미가 부족했다. 퍼즐의 경우, 대부분 특정 투영체만 소환하여 해결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대로 투영체들 간의 밸런스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느꼈다.
✍️기자의 총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한 단점들은 게임을 끝낸 후에 다시 곱씹어 보았을 때 떠오르는 부분일 뿐,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게임이 재미없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즐기는 완전 신작의 2D 젤다 게임은 새로운 시스템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필드와 던전의 조합 덕분에 플레이하는 내내 항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미니어처 풍의 그래픽이 취향저격 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눈이 즐거운 상태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2D든 3D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항상 전체적인 게임의 완성도로 실망시킨 적은 없었다. 퍼즐의 설계는 언제나 두뇌를 자극하는 재미가 있었고, 미니어처 풍의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창의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메인 시스템, 그리고 완성도 높은 전체적인 게임의 짜임새 덕분에 액션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플레이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