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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방황하다가 컴투스로 돌아온 탕아들

‘돌아온 탕아’라는 말을 들어 봤는가?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이 단어의 내용과 유래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돌아온 탕아’라는 말 자체는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집 떠난 재벌집 막내아들. 먼 곳에서 방탕하게 생활하다 재산을 탕진하고 방황하다 반성하고 아버지께 돌아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아버지의 아들이라 불릴 지격도 없습니다. 다만 품꾼으로라도 써주십시오.”라고 아뢰니, 아버지는 소를 잡아 환대하였다는 이야기가 기독교 경전에 나온 돌아온 탕아에 대한 내용이다. 절대자의 용서와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나무위키 Parable of the Prodigal Son 항목. 제노니아 파이팅!

…라는 것이 나무위키에 전해 내려오는 돌아온 탕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도처에 돌아온 탕아들이 암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판교나 강남, 홍대나 안양, 가까이는 구로 등. 컴투스 밖은 어땠고, 다시 컴투스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넓은 세상을 방황하다 컴투스로 돌아온
우리 탕아들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INTERVIEW

컴투스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름은 비밀! 대신 ID를 알려주고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클라이언트 개발자A

이메일 계정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그럼 실명 공개인데… 컴투스에 나름 오래 다녔다고 생각하는 개발자입니다.

기획자B

비밀을 지켜주세요. ID는 l**o** 입니다(이 정도면 아무도 모르겠지).

컴투스는 2003년 입사해서 2012년 정도에 퇴사했고, 홍대 강남 판교 등을 부유하다가 몇 년 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강령술사

ID 가 곧 이름 아닌가요? 유도질문에는 걸리지 않는 걸로…

전 사회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게임 개발을 업으로 살아왔습니다.

마스터 이

굳이 감출 필요는 없지만 이름을 비밀로 할 거라면 ID도 생략하겠습니다.
컴투스푼에 감사하며 다니는 평범한 컴투스 직원 중 한 명입니다.

다시 돌아오니 떠나기 전의 ID 계정이 살아있었나요?

클라이언트 개발자A
계정은 유지됐고 사번은 초기화돼 있었습니다. 연차도 같이 초기화된 것이 아쉬웠죠.

기획자B
놀랍게도 살아 있었습니다. 그간 회사 메일로 왔던 레터들이 다시 오는 게 신기했습니다. 돌아왔다는 게 실감 나는 순간이었죠. 다만 연차가 리셋되어 0인 것은 약간 섭섭했습니다.

강령술사
계정은 동일했습니다. 어쩌다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예전 동아리 활동사진이 남아 있는 걸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다 늙었더군요… ㅠ.ㅠ

미스터 이
같은 계정을 사용 중입니다. 컴투스 내부 계정은 전부 초기화 됐지만, 외부 서비스에 등록된 이메일 정보들은 남아 있어서 바로 다시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새로 만든 메일에 과거 뉴스레터가 오는 걸 보면 기분이 묘합니다.

어쩌다 떠나게 됐나요? 🥲

클라이언트 개발자A

열심히 일하다 보면 허무함이 느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고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았을 때,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나갈 때, 회사가 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평가나 연봉이 낮다고 생각했을 때 등이 있을 수 있겠죠. 저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하게 됐습니다.

기획자B

이직을 결심할 당시, 성장에 대한 욕구가 컸습니다. 회사라고는 컴투스 밖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둥지 밖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남들이 쓰는 기획서는 어떤지.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도 인정받아 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그때는 그랬습니다.

강령술사

게임 개발을 업으로 한다면, 누구나 자기가 주도한 게임을 개발해 보고 싶은 꿈이 있지 않을까요? 이런 고민들을 하던 중에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떠나게 됐습니다. 나름 결과도 좋았고 재미도 있었던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스터 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해보고 싶은 일을 잡을 기회가 당시 내부에는 없었습니다.

우주의 평균온도는 2.7K로서 섭씨 -270도씨. 밖은 매우 추운데 어떻게 살아남았나요? 그간의 역사를 이야기해 본다면요?

클라이언트 개발자A

저는 회사들을 그렇게 많이 경험해 보진 못했습니다. 특히 게임 개발은 컴투스에서만 했습니다. 다른 회사에 대해서 많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죠. 그래서 한 회사에 오래 다니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직했던 회사는 대기업이었는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수직적인 조직 구조가 낯설었습니다. 아래 사람을 팔로 툭툭 치거나 욕을 하는 게 일상적인 모습이었죠. 하라면 해야 하는 분위기, 군대의 느낌도 있었고요. 입사하자마자 바로 해외 출장을 가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권을 발급받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옆 사람이 대신 간 것이 생각납니다.

▲ 비밀 인터뷰 요청에 따라 신분 노출이 되지 않는 사진으로 게재. 이 중에 한 분.

기획자B

여러 회사를 다니다 보니 능력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경험이 깊고 넓어지는 값진 기회였죠. 또한 정말 알고 싶었던 동종 장르 원조 게임이 있었는데, 그 게임의 오리지널 기획서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참 드물고 귀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쉽지 않았던 인터뷰 섭외. ▲기획자B

한편, 퇴사 후 8년간 4번의 이직과 5개의 회사를 다니며 수십 번의 면접을 봤습니다. 그때마다 나를 증명해야 하는 점이 재밌기도 했지만, 횟수가 누적되니 면접이 귀찮은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또 친한 사람들과 일하던 때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이직을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일해야 하고 친해질 때까지는 오해를 사지 않게 조심해야 했죠. 그런 과정이 외로웠고, 나를 억지로 어필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이해해 주던 동료들이 생각났습니다.


강령술사

일단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당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고, 그 변화의 시기에 잘 올라탔던 것 같습니다. 함께 했던 팀들과의 협업도 좋았고, 개발자 개개인의 역량도 훌륭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며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꽤 오랜 시간 함께 추운 곳에서 버틴 것 같긴 하네요. 근데 생각보단 춥진 않았던 거 같아요. 나름 잘 살았던 거 같은데… 흠


마스터 이

사실 이직할 때 퇴사할 정도의 불만이 있어서 나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보고 싶던 일이 있었고, 이직 후 치열하게 일했습니다. 게임 제작 프로세스를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죠. 기존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경험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를 접할 때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당시의 경험이 저를 좀 더 담금질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컴투스와 예전보다 더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요.

컴백홈은 어떻게 결정하게 됐나요?

클라이언트 개발자A
컴투스는 재적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기획자B
모든 것이 완전한 업무환경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날도 그랬죠.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옥상에 올라가 고민하고 있었는데, 옛 컴투스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돌아와보라는 권유였죠. 그 전화를 받으니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결정은 명확했지만 퇴사는 쉽지 않았죠.

강령술사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에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의 추천으로 재입사하게 됐습니다.

마스터 이
전 직장을 다니면서 치열하게 일한 만큼 맹렬히 쉬고 싶었습니다. 마침 쉴 기회가 생겨서 마음껏 쉬다가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컴백홈 하게 됐죠.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소감은?

클라이언트 개발자A

당시 회사 분위기가 여전히 밝았던 게 기억에 남네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기획자B

8년 만에 돌아오니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시스템도 세련되게 변했고, 회사 전반에 역동성이 느껴졌습니다. 복지도 좋아졌더라고요.

앞으로 회사를 위해 많이 기여하고 싶습니다. 다들 흩어지기도 했지만 옛 동료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점도 멋진 점이었습니다. 다시 복귀한 분들도 많고요.

강령술사

낯익은 얼굴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제가 꽤 오랜 시간 떠나고 다시 돌아온 듯한데도 기억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이 저를 기억해 주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기뻤습니다.

마스터 이

다행히 아는 분들도 많이 남아 계셨고 반갑게 맞아 주셔서 쉽게 적응했습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데요. 같이 일했던 분이 제가 퇴사하면서 반납했던 필통을 꺼내 주시더라고요. 돌아올 줄 알았다고 그대로 보관했다가 주시데 울컥 했습니다. 재입사 직후 익숙한 공간과 동료들임에도 서걱한 낯설음이 있었는데요. 그 순간 싹 다 사라졌습니다.

아직 우주를 방황하는 탕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클라이언트 개발자A
나이가 들면 이직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몇 군데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많이 옮기는 것은 채용 시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기획자B
‘할까 말까 하면 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돌아갈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돌아오시는 게 맞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고민이 들었다는 것은 이제 돌아올 때가 됐기 때문일 테니까요. 밖에서 배운 스킬과 경험으로 컴투스에 뼈를 묻어봅시다.😎

강령술사
본인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개발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잘 사는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다만, 이 바닥 정말 좁기 때문에 언제나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언제 어디서 다시 볼지 모르잖아요?

마스터 이
하쿠나마타타

끝으로 당신에게 컴투스란?

▲ 왼쪽부터 클라이언트 개발자A, 기획자B, 강령술사, 마스터 이
클라이언트 개발자A
컴투스는 저의 회사입니다. 컴투스를 다니며 나이가 들고, 사내 커플로 결혼도 하고, 좋은 일도 많이 겪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컴투스는 (정말)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정말이라는 말을 앞에 붙였을 텐데…)
기획자B
예전엔 ‘사장님이 곧 컴투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컴투스는 지배 구조가 바뀌어 있더라고요. 그럼 컴투스가 예전의 컴투스가 아닌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돌아온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는 옛 동료들을 보면서 컴투스를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컴투스는 우리 자신들이었지 않나 싶네요.
강령술사
함께 일했던 분들과의 좋은 추억, 지속적인 회사의 우상향 성장,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 1등 회사라는 자부심이 먼저 떠오르네요. 너무 오래된 이야기인가요? 규모나 시스템적으로 과거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개발자 친화적인 회사 분위기는 지금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마스터 이
아직 썸 타는 중
돌아돌아돌아온 멀리건 기자

반가운 분들 만나 뵙고 묵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재밌는 인터뷰였습니다.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컴백인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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