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톰 삭스 전시 후기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DDP 방문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시 리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톰 삭스(Tom Sachs)의 작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다. 매달 청구서를 보며 ‘이걸 내가 다 썼다고?’ 싶은 기자로서는, 그 소비가 이런 문화 프로젝트에라도 보탬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관람료는 성인 20,000원, 청소년 및 군인 15,000원, 어린이 13,000원이다. 현대카드로 결제 시 2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관람시간은 월-일 10:00-20:00, 매표 및 입장은 관람 종료 1시간 전인 19시에 마감되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티켓 구매 링크 바로가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展’이 열리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입구

브리콜라주와 DIY 미학, 톰 삭스가 만든 ‘일상 속 우주 실험실’

나이키의 마스야드 시리즈를 디자인한 인물도 바로 톰 삭스다.

이번 전시는 ‘우주 탐사’와 ‘소비 문화’를 주제로, 톰 삭스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관람객은 마치 미술관이 아닌 실제 우주 실험실에 들어선 듯한 공간에서, 작가의 DIY 철학과 위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나이키의 ‘마스야드(Mars Yard)’ 시리즈를 디자인한 인물로도 유명한 그답게, 그의 작업은 기술적이면서도 날것의 감성이 살아 있다.

전시의 중심에는 ‘브리콜라주(bricolage)’라는 제작 방식이 있다. 쉽게 말해 ‘있는 재료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삭스는 박스테이프, 테니스공, 유모차, CCTV 같은 일상의 재료들을 조합해 우주선, 로켓, 실험 장비로 탈바꿈시킨다. 화려한 재료가 아닌 평범한 오브제들을 통해 ‘누구나 창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상적인 물건들을 조합해 만든 실험 장비형 설치 작품. NASA 로고가 붙은 수제 카메라와 개조된 모니터에서 작가의 DIY 철학이 드러난다.

NASA에 영감받은 스페이스 프로그램: 전시 하이라이트

전시장에는 우주선 모형, 로켓 발사대, 통제 센터 등 톰 삭스 특유의 수작업 감성이 담긴 작품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NASA에서 영감을 받은 ‘스페이스 프로그램(Space Program)’ 시리즈는 전시의 백미다.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마치 임무를 수행하듯 전시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Lem Equipment Matrix’(2007)는 그 대표적인 예다. 나사의 달 착륙선 설계도를 합판 위에 구현한 작품으로, 숨막히는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나사의 달 착륙선을 참고해 제작된 ‘Lem Equipment Matrix'(2007)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가 있다. 바로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이다. 작품 구석구석에 숨어 있거나, 대놓고 중심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톰 삭스가 잭다니엘을 꽤 애정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전시장 여기저기에 ‘잭다니엘’ 병이 숨어 있으니, 세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혹시 전부 세신 분 계신가요? 그렇다면…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설치 작품 한가운데 놓인 잭다니엘 위스키 병. 작가의 취향이 유쾌하게 드러나는 오브제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거대한 우주선이 시야를 압도하고, 사방은 통제센터와 실험 장비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실제 우주 탐사 기지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몰입감이 상당하다. 작품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구성돼 있어, 그 안을 걷기만 해도 마치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전시의 몰입감은 작은 디테일에서 더욱 빛난다. 단순한 접이식 의자 하나에도 NASA 로고가 박혀 있고, 등받이에는 ‘GLORIA STEINEM’이나 ‘ANNA C. CHAVE’처럼 실존 인물의 이름과 시리얼 넘버가 인쇄돼 있다. 마치 ‘우주 탐사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펼쳐놓은 듯한 설정이다. 의자 하나까지도 철저히 콘셉트에 맞춰 설계된 셈이다. 전시 공간 전체가 거대한 우주 기지라는 설정에 충실하며, 관람객은 사소한 소품에서도 ‘이 우주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NASA 로고가 새겨진 전시장 의자
탐사 인물 설정이 인쇄된 의자 디테일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세호나 기안84 같은 익숙한 얼굴들도 불쑥 등장한다. 장난감 자동차 위에 인물 피규어가 탑승해 있는 형태인데, 마냥 우스꽝스럽기보단 묘하게 진지하다. 톰 삭스는 이처럼 실존 인물과 오브제를 ‘우주 탐사’라는 설정 안에 자유롭게 배치하며,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초상을 담아낸다. 그가 상상한 우주는 과학이나 기술의 영역이 아니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지금 우리 시대를 구성하는 사람들, 문화, 소비 태도까지 탐사하고자 한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 ‘무엇을 가져가고, 누구를 데려가겠는가?’ 이 질문은 곧,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되묻게 하는 작가만의 방식이다.

조세호의 얼굴이 붙은 토이카 작품
기안84, 벤자민 프랭클린 등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한다.

굿즈, 게임기, 우주비자까지! 톰 삭스 전시 체험 꿀팁 총정리

전시의 끝에는 굿즈샵이 기다린다. 그런데 단순한 기념품 공간인 줄 알았던 이곳 한쪽에는,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가 설치돼 있다. 벽면에는 관람객들이 남긴 최고 점수 기록지들이 빼곡히 붙어 있어, 전시의 여운을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내는 위트를 더한다. 우주 탐사에서 살아돌아온 기념으로 한 판 즐기고 나가기 딱 좋다.

굿즈 코너에서는 전시 포스터, 엽서, 스티커 등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전시를 기념하는 기본 굿즈 외에도 일부 아트웍을 활용한 디자인 제품도 판매되고 있어, 전시장의 감각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굿즈 코너. 포스터, 엽서, 티셔츠 등 톰 삭스의 아트워크를 활용한 아이템들이 전시 공간의 연장선처럼 구성돼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코너, 바로 ‘우주비자’ 발급소다. 총 다섯 개의 문제를 풀면, NASA 로고와 얼굴 사진, 시리얼 넘버까지 새겨진 ‘톰 삭스 스튜디오 ID카드’를 받을 수 있다. 마치 진짜 우주 탐사팀에 합류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발급 비용은 2만 원이며, 대기 인원이 많을 수 있으니 먼저 이름을 적어두고 관람을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ID카드를 손에 쥔 순간, 괜히 뿌듯했다. 단순한 기념품이라기보단, ‘이번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다’는 인증 같았다. 이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탐사의 일부가 되도록 치밀하게 설계돼 있다. 굿즈도 사고, 게임도 하고, 비자까지 챙긴 하루. 오늘만큼은… 현대카드 청구서가 와도 그냥 모른 척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컴투스온 기자 피규어와 함께 미션 완료!
김유리 기자

기자단 활동으로 가고싶었던 전시에 다녀와서 너무 기쁩니다. 사랑해요 컴투스온 :D


TOP